
회계를 다시 처음부터
투자 방법론 과목을 펴자마자 재무제표가 나왔습니다. 예전에 금융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재무제표를 본 적은 있지만, 차변과 대변이 어느 쪽인지조차 바로 떠오르지 않을 만큼 많이 잊은 상태였습니다. 뒤에 나오는 기업가치 평가와 VC 회계가 모두 재무제표를 읽을 줄 안다는 전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이 부분만큼은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회계를 처음 보는 분도 따라올 수 있는 수준으로 썼습니다. 본문의 숫자 예시는 제가 이해하려고 직접 만든 것입니다.
재무제표 세 가지와 서로의 연결
시험에서 중심이 되는 표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제조원가명세서입니다. 외부감사를 받는 회사의 감사보고서에는 여기에 현금흐름표와 주석도 들어갑니다.
재무상태표는 특정 시점의 사진
재무상태표는 결산일 같은 한 시점에 회사가 무엇을 가지고 있고,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를 보여 줍니다. 왼쪽(차변)에는 자산, 오른쪽(대변)에는 부채와 자본이 적힙니다. 이 표의 규칙은 하나입니다.
자산 = 부채 + 자본
자산은 현금, 매출채권, 재고자산, 토지, 기계처럼 회사가 통제하면서 앞으로 돈이 될 자원입니다. 부채는 차입금, 매입채무, 미지급금처럼 앞으로 갚아야 할 의무입니다. 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나머지, 즉 주주의 몫입니다. 자본 안에는 주주가 넣은 자본금, 주식을 액면가보다 비싸게 발행해서 생긴 자본잉여금, 회사가 벌어서 쌓아 둔 이익잉여금 등이 있습니다.
자산과 부채는 1년을 기준으로 다시 나뉩니다. 1년 안에 현금이 되거나 갚아야 하면 유동, 그보다 오래 걸리면 비유동입니다.
손익계산서는 1년짜리 성적표
손익계산서는 일정 기간 동안 얼마를 벌고 얼마를 썼는지를 보여 줍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이익을 단계별로 계산하는 구조인데, 저는 순서를 이렇게 외웠습니다.
매출액 - 매출원가 = 매출총이익
매출총이익 - 판매비와관리비 = 영업이익
영업이익 + 영업외수익 - 영업외비용 =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 법인세비용 = 당기순이익
영업이익은 본업으로 번 돈이고, 당기순이익은 이자와 세금까지 다 반영한 최종 결과입니다. 이자비용이나 기부금처럼 본업과 직접 관계없는 항목은 영업외비용, 이자수익이나 유형자산처분이익은 영업외수익입니다.
제조원가명세서는 만드는 데 든 돈
제조업 회사는 제품을 만드는 데 든 원가를 따로 계산합니다. 재료비, 노무비, 제조경비를 더해 당기총제조비용을 구하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재공품의 기초와 기말 금액을 조정해 당기제품제조원가를 냅니다.
처음에 헷갈렸던 것은 같은 급여인데 왜 어떤 것은 제조원가에, 어떤 것은 판매비와관리비에 들어가느냐였습니다. 답은 비용이 어디서 생겼느냐였습니다. 공장 생산직의 급여는 제조원가, 본사 관리직의 급여는 판매비와관리비로 들어갑니다.
세 표가 만나는 두 지점
제조원가명세서의 당기제품제조원가는 손익계산서의 매출원가를 계산하는 재료가 되고, 손익계산서의 당기순이익은 결산 후 재무상태표의 이익잉여금으로 옮겨집니다. 글 맨 위 그림이 이 흐름입니다.
매출원가는 재고 흐름으로도 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동네 가게 재고를 떠올리며 외웠습니다. 월초에 있던 물건에 이번 달 들여온 물건을 더하고, 월말에 남은 물건을 빼면 팔려 나간 물건이 됩니다.
매출원가 = 기초 재고 + 당기 매입액(또는 당기제품제조원가) - 기말 재고
이 식을 보면 기말 재고를 실제보다 크게 잡을수록 매출원가가 줄고 이익이 부풀려집니다. 투자 검토에서 재고 실사를 왜 그렇게 중요하게 보는지 이 식 하나로 납득이 되었습니다.
작은 회사 하나로 따라가 본 회계의 순환
머리로만 이해하니 금방 잊어버려서, 가상의 회사를 하나 만들어 1년을 따라가 봤습니다. 단위는 만 원입니다.
| 거래 | 현금(자산) | 차입금(부채) | 자본 |
| 1. 300을 출자해 회사 설립 | 300 | 0 | 자본금 300 |
| 2. 은행에서 200 차입 | 500 | 200 | 자본금 300 |
| 3. 1년간 수익 800, 비용 600 | 700 | 200 | 자본금 300, 이익잉여금 200 |
| 4. 차입금 100 상환 | 600 | 100 | 자본금 300, 이익잉여금 200 |
| 5. 주주에게 50 배당 | 550 | 100 | 자본금 300, 이익잉여금 150 |
어느 단계에서든 자산과 부채·자본의 합이 맞습니다. 마지막 줄을 보면 자산 550이 부채 100과 자본 450의 합과 같습니다. 3번의 당기순이익 200이 이익잉여금으로 옮겨가고, 5번의 배당이 그 이익잉여금을 줄인다는 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이 흐름을 알고 나니 여러 해의 자기자본을 묻는 문제가 쉬워졌습니다. 설립 자본금에 해마다의 당기순이익을 더하고(손실이면 빼고), 배당은 빼고, 유상증자가 있으면 더하면 됩니다.
부채비율, 유동비율, 영업이익 계산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에 비해 빚이 얼마나 많은지, 유동비율은 1년 안에 갚을 빚을 1년 안에 현금이 될 자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부채비율 = 부채총계 ÷ 자기자본 × 100
유동비율 = 유동자산 ÷ 유동부채 × 100
자산총계 10,000, 부채총계 6,000인 회사라면 자기자본이 4,000이므로 부채비율은 150%입니다. 같은 회사의 유동자산이 현금 2,000, 매출채권 1,500, 재고자산 1,500으로 5,000이고 유동부채가 매입채무 1,000, 단기차입금 1,500으로 2,500이라면 유동비율은 200%입니다.
영업이익 문제도 하나 만들어 봤습니다. 매출액 20,000, 매출원가 12,000, 판매비와관리비 4,500(급여 3,000, 임차료 1,000, 감가상각비 500), 이자수익 300, 이자비용 800, 법인세비용 600인 회사입니다.
매출총이익 = 20,000 - 12,000 = 8,000
영업이익 = 8,000 - 4,500 = 3,500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 3,500 + 300 - 800 = 3,000
당기순이익 = 3,000 - 600 = 2,400
이자는 영업이익 아래에서 반영된다는 점만 놓치지 않으면 됩니다.
복식부기와 분개
복식부기는 모든 거래를 두 측면으로 나누어 차변과 대변에 동시에 적는 방법이고, 그 기록 작업을 분개라고 합니다. 차변 합계와 대변 합계는 항상 같아야 합니다.
어느 쪽에 적을지는 아래 표로 정리됩니다. 저는 이 표를 포스트잇에 적어 모니터 옆에 한동안 붙여 두었습니다.
| 차변(왼쪽) | 대변(오른쪽) |
| 자산의 증가 | 자산의 감소 |
| 부채의 감소 | 부채의 증가 |
| 자본의 감소 | 자본의 증가 |
| 비용의 발생 | 수익의 발생 |
익숙해지려고 일상적인 거래를 하나씩 분개해 봤습니다. 왼쪽이 차변, 오른쪽이 대변입니다.
노트북을 현금으로 구입: (차) 비품 150 / (대) 보통예금 150
상품을 외상으로 판매: (차) 매출채권 400 / (대) 상품매출 400
외상 대금을 받음: (차) 보통예금 400 / (대) 매출채권 400
은행 대출 일부 상환: (차) 단기차입금 200 / (대) 보통예금 200
청소 용역을 받고 대금은 다음 달 지급: (차) 지급수수료 30 / (대) 미지급금 30
주식을 액면가보다 비싸게 발행하는 문제도 자주 나옵니다.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 1,000주를 주당 2,000원에 발행하면 들어온 돈은 200만 원이고, 그중 액면가 합계 50만 원은 자본금, 나머지 150만 원은 주식발행초과금이 됩니다.
(차) 보통예금 2,000,000 / (대) 자본금 500,000, 주식발행초과금 1,500,000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계정과목
실무 회계 부분에서 제가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은 이름이 비슷한 계정들이었습니다. 선급비용과 선수수익을 계속 반대로 써서, 결국 짝을 지어 비교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먼저 받을 돈과 줄 돈은 본업에서 생겼는지로 나뉩니다. 제품이나 상품을 팔고 아직 못 받은 돈은 매출채권, 쓰던 차량처럼 본업과 관계없는 것을 팔고 못 받은 돈은 미수금입니다. 반대로 원재료나 상품을 사고 아직 안 준 돈은 매입채무, 용역이나 비품 대금을 아직 안 준 돈은 미지급금입니다.
다음은 돈을 먼저 주고받았는지, 아니면 기간은 지났는데 아직 주고받지 않았는지입니다. 물건값이나 보험료를 미리 낸 것은 선급금과 선급비용, 제품값이나 자문료를 미리 받은 것은 선수금과 선수수익입니다. 이자 기간은 지났는데 아직 못 받은 이자는 미수수익, 아직 안 낸 이자는 미지급비용입니다. 저는 '선'이 붙으면 먼저 오간 것, '미'가 붙으면 아직 안 오간 것으로 외웠습니다.
이 구분이 필요한 이유는 수익과 비용을 돈이 오간 날이 아니라 그 기간에 해당하는 만큼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12월 1일에 1년치 보험료 120을 냈다면 그해 비용은 1개월분인 10이고, 나머지 110은 다음 해 비용이므로 선급비용으로 남겨 둡니다.
VC가 특히 주의해서 보는 계정
유가증권의 분류
다른 회사의 주식이나 채권은 보유 목적에 따라 분류가 달라집니다. VC는 주식 투자가 본업이라 이 부분이 다음 글의 VC 회계로 바로 이어집니다.
| 분류 | 의미 | 가치 변동의 처리 |
| 단기매매증권 | 단기 시세차익 목적으로 자주 사고파는 증권 | 당기손익에 바로 반영 |
| 매도가능증권 | 다른 두 분류에 속하지 않는 증권 | 기타포괄손익누계액(자본)에 쌓았다가 처분하거나 손상될 때 당기손익으로 옮김 |
| 만기보유증권 | 만기까지 보유할 의도와 능력이 있는 채권 | 상각후원가로 평가 |
시장성이 없어 공정가치를 믿을 만하게 측정할 수 없는 비상장 주식은 취득원가로 평가합니다. 지분을 보통 20% 이상 가지고 있어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지분법을 적용하는데, 이건 다음 글에서 다룹니다.
대손충당금
매출채권 중 일부는 끝내 받지 못할 수 있어서,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금액을 미리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합니다. 이번에 추가로 쌓을 금액은 필요한 충당금에서 이미 쌓인 충당금을 뺀 금액입니다. 기말 매출채권 80,000 중 회수 가능한 금액이 72,000이면 필요한 충당금은 8,000이고, 이미 5,000이 있다면 3,000만 추가로 비용 처리합니다.
(차) 대손상각비 3,000 / (대) 대손충당금 3,000
처음에는 8,000 전체를 비용으로 잡아서 틀린 것 같습니다. 기존 잔액을 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감가상각과 충당부채
기계나 건물은 여러 해 쓰기 때문에 구입 금액을 사용 기간에 나누어 비용으로 인식합니다. 1,000만 원짜리 기계를 잔존가치 없이 5년 쓴다면 정액법으로 매년 200만 원이 감가상각비입니다. 초기에 비용을 더 많이 잡는 정률법도 있습니다.
퇴직급여충당부채처럼 지급 시기나 금액은 불확실해도 지급 가능성이 매우 높고 금액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의무는 충당부채로 미리 인식합니다. 결산 때마다 필요한 잔액과 현재 잔액의 차이만큼 비용을 잡는다는 점은 대손충당금과 같습니다.
재무제표 공부를 하고 나서 달라진 점
다 정리하고 나니 출발점은 자산이 부채와 자본의 합과 같다는 등식 하나였습니다. 분개는 그 등식을 지키며 거래를 적는 방법이고, 손익계산서의 결과는 결국 재무상태표로 돌아옵니다.
공부를 마친 뒤로는 뉴스에서 기업 실적 기사를 볼 때 숫자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매출은 늘었는데 매출채권이 더 빨리 늘었다면 대금을 제때 못 받고 있을 수 있고, 재고가 계속 쌓이면 물건이 잘 안 팔린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숫자 자체보다 숫자가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를 묻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벤처캐피탈 회계와 투자조합의 세무, 벤처투자 세제 혜택을 정리합니다.
참고한 자료는 한국회계기준원의 일반기업회계기준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벤처투자분석사 교육 과정의 학습 범위입니다.
이 글은 개인 공부 기록이며 회계·세무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