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VC가 스타트업에 돈을 넣는 방법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예요. 1편에서는 가장 기본인 주식으로 투자하는 방법과, 어떤 방법을 쓰든 함께 따라오는 투자계약서의 큰 그림을 최대한 쉬운 말로 풀어볼게요.
채권, 조건부 계약, 프로젝트 투자는 2편에서 이어가요.
• 교재 문장이나 예시를 옮기지 않고, 이해한 내용을 제 말로 다시 썼어요. 계산 예시도 숫자를 직접 정해 만들었어요.
• 법으로 정해진 숫자와 날짜는 법령과 공개 자료로 확인했고, 글 끝에 출처를 달았어요.
1. 법이 "벤처투자"로 쳐주는 방법 6가지
법(벤처투자촉진법)은 "이렇게 넣은 돈만 벤처투자로 인정한다"며 방법을 여섯 가지로 정해 뒀어요. VC는 법으로 정해진 투자 의무를 채워야 해서, 이 여섯 가지 안에서 방법을 골라요.
| 방법 | 쉽게 말하면 | 다루는 편 |
| 주식 인수 | 회사의 주인 몫(주식)을 사는 것 | 1편 |
| 출자금 인수 | 주식회사가 아닌 회사(유한회사 등)의 지분을 사는 것 | 1편 |
| 주식연계채권 인수 | 돈을 빌려주되,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표를 받는 것 | 2편 |
| 조건부지분인수계약 | 돈은 지금 내고, 내 몫이 몇 %인지는 다음 투자 때 정하는 것 | 2편 |
| 조건부지분전환계약 | 일단 빌려주고, 다음 투자가 들어오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으로 바꾸는 것 | 2편 |
| 프로젝트 투자 | 회사 전체가 아니라 영화 한 편 같은 사업 하나에 투자하는 것 | 2편 |
하나만 기억해 두세요. 채권으로 투자할 때는 반드시 담보 없이 해야 해요. 담보를 잡으면 위험을 함께 지는 투자가 아니라 그냥 안전한 대출로 보기 때문이에요.
2. 투자계약서의 큰 그림: 3명이 3가지를 약속해요
누가 서명하나
• 투자자: 돈을 넣는 VC
• 회사: 돈을 받는 스타트업
• 이해관계인: 대표나 대주주처럼 회사를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 "회사가 약속을 지키도록 나도 책임지겠다"며 함께 서명해요.
무엇을 약속하나
1. 어떤 증권을, 어떤 조건으로 주는지: 예를 들어 우선주라면 배당은 얼마, 보통주로는 몇 주로 바꿀 수 있는지
2. 돈을 받은 뒤 회사를 어떻게 지켜볼지: 회사가 엉뚱한 데 돈을 쓰지 않도록 하는 장치
3. 약속을 어기면 무엇을 물어주는지: 일종의 벌칙
2번 "지켜보는 장치"를 쉽게 정리하면
| 하고 싶은 것 | 장치 | 쉽게 말하면 |
| 경영을 들여다보기 | 이사 선임권 | 투자자 쪽 사람을 이사회에 한 명 앉히기 |
| 경영을 들여다보기 | 사전 협의 | 큰 결정 전에 "이렇게 할게"라고 미리 알려주기 |
| 경영을 들여다보기 | 사전 동의 | 큰 결정 전에 투자자에게 "허락" 받기 |
| 대표가 떠나지 않게 | 지분 처분 제한 | 대표가 자기 주식을 팔려면 투자자 허락 받기 |
| 대표가 떠나지 않게 | 동반매도권(Tag-along) | 대표가 주식을 팔고 나갈 때, 투자자도 같은 값에 같이 팔 수 있음 |
| 대표가 떠나지 않게 | 퇴사·경업 금지 | 핵심 인력이 일정 기간 회사를 떠나거나 경쟁사를 차리지 못하게 함 |
| 돈을 돌려받을 길 | 상장(IPO) 조항 | "언제까지 상장한다" 또는 "상장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등을 약속 |
시험에 잘 나오는 구분이 협의와 동의예요. 협의는 "알려주기만 하면" 되니까 투자자가 반대해도 진행할 수 있어요. 동의는 "허락을 받아야" 해서, 허락 없이 진행하면 계약 위반이에요. 허락이 필요한 일은 보통 증자, 합병, 정관 변경, 큰돈을 빌리는 일처럼 회사의 지분이나 덩치를 바꾸는 결정이에요.
3번 "벌칙" 3가지
• 주식매수청구권(Put Option): "약속 어겼으니 내 주식을 사 가세요"라고 요구하는 권리. 보통 원금에 약속한 이자를 붙인 금액이에요.
• 위약벌: 어긴 것 자체에 대해 미리 정한 벌금을 내게 하는 것
• 손해배상: 실제로 입은 손해만큼 물어내게 하는 것
다만 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사 가는 건 법적으로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는 것"이라, 회사에 쓸 수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하고 주주총회 결의 같은 절차도 필요해요. 그래서 계약서에 적혀 있어도 실제로 받아내기는 쉽지 않아요.
대표에게 "함께 책임"을 지우는 건 제한돼요
예전에는 회사가 약속을 어기면 대표 개인 재산으로도 물어내게 하는 조항(연대책임)이 흔했어요. 창업자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규정으로 단계적으로 막아 왔고, 2025년 12월 법 개정으로 법률에도 들어갔어요. 지금은 고의나 큰 잘못이 없는 대표에게는 연대책임을 지울 수 없고, 벤처투자회사·벤처투자조합·창업기획자·개인투자조합 모두에 적용돼요. 조항 이름만 바꿔 같은 효과를 내는 것도 점검 대상이에요.
3. 출자금과 보통주
출자금: 법으로는 되지만 거의 안 쓰는 방법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나 유한책임회사에 투자하면 주식 대신 "출자 지분"을 받아요. 법으로는 벤처투자로 인정되지만, VC는 거의 쓰지 않아요. 나중에 팔 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에요.
• 상장을 할 수 없어요. 주식시장에서 팔 수 없다는 뜻이에요.
• 특히 유한책임회사는 지분을 남에게 넘길 때 다른 사원의 동의가 필요해서, 사고팔기가 번거로워요.
보통주: 옵션 없는 기본 주식
보통주는 법이 정한 기본 권리(의결권, 배당 등)만 있는 주식이에요. 특별한 보호 장치가 없어서 VC는 보통 우선주를 더 좋아해요. 그래도 보통주를 고르는 때가 있어요.
• 상장을 앞둔 회사일 때: 돌려받을 권리(상환권)가 붙은 우선주는 회계 기준에 따라 회사의 "빚"으로 잡힐 수 있어요. 상장 심사를 앞두고 빚이 많아 보이면 불리하니, 처음부터 보통주로 투자하기도 해요.
• 구조를 단순하게 하고 싶을 때: 다음 투자자와 권리를 조정할 일이 줄어요.
보통주는 비싸게 사든 싸게 사든 산 주식 수만큼만 투표권이 생겨요. 같은 1억 원을 넣어도 비싸게 산 사람은 주식 수가 적으니 지분과 투표권이 작아요.
4. 우선주 ①: 보통주에 "옵션"을 붙인 주식
우선주는 보통주에 투자자를 지켜주는 옵션을 붙인 주식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국내 VC 투자는 대부분 우선주로 이뤄져요. 붙일 수 있는 대표 옵션은 세 가지예요.
• 배당 먼저 받기: 회사가 이익을 나눠 줄 때 보통주보다 먼저 받음
• 돌려받기(상환): 정해진 때가 되면 "투자금 돌려주세요"라고 할 수 있음
• 바꾸기(전환): 원하면 보통주로 바꿀 수 있음
| 이름 | 붙은 옵션 | 한마디로 |
| 상환우선주 | 돌려받기 | 나중에 돈으로 돌려받는 주식 |
| 전환우선주(CPS) | 바꾸기 | 나중에 보통주로 바꾸는 주식 |
| 상환전환우선주(RCPS) | 돌려받기 + 바꾸기 | 잘되면 바꾸고, 안되면 돌려받기를 노리는 주식 |
꼭 확인할 것: 회사 정관. 우선주는 그 내용이 회사 정관(회사의 기본 규칙)에 적혀 있어야 제대로 발행돼요. 그래서 투자자는 돈을 넣기 전에 약속한 조건이 정관에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요.
투표권(의결권)
• 우선주에는 투표권을 붙일 수도, 뺄 수도 있어요. VC는 회사를 지켜보려고 보통 투표권이 있는 우선주를 써요.
• 투표권이 없는 주식은 회사 전체 주식의 4분의 1까지만 발행할 수 있어요.
복수의결권 주식: 창업자에게만 주는 "한 주에 여러 표"
투자를 많이 받을수록 창업자의 지분은 줄어들어요. 그러다 경영권을 잃을까 봐 큰 투자를 꺼리는 일을 막으려고, 2023년 11월 17일부터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한 주당 여러 표를 주는 주식이 허용됐어요.
| 항목 | 내용 |
| 어떤 회사 | 상장 안 한 벤처기업 |
| 누가 | 회사를 세웠고 지금도 상근 이사로 일하는 창업자 |
| 언제 | 지금까지 받은 투자 100억 원 이상 + 가장 최근 투자 50억 원 이상 |
| 그리고 | 그 투자로 창업자 지분이 30% 아래로 떨어지거나 최대주주 자리를 잃게 될 때 |
| 몇 표 | 한 주당 최대 10표 |
| 얼마나 | 최대 10년, 상장하면 최대 3년으로 줄어듦 |
| 끝나는 경우 | 남에게 넘기거나 물려줄 때, 창업자가 이사에서 물러날 때 등 → 보통주로 바뀜 |
다만 감사 선임, 이사 보수, 배당, 자본금 줄이기, 회사 해산처럼 창업자를 견제해야 하는 안건에서는 한 주에 한 표로 돌아가요.
배당 옵션 세 가지
• 우선배당률: "발행가의 몇 %는 먼저 배당받는다"는 약속. 단, 회사에 나눠 줄 이익이 없으면 못 받아요. "먼저"는 순서일 뿐 보장은 아니에요.
• 누적적: 올해 못 받은 배당을 장부에 적어 두었다가 다음에 몰아서 받음
• 참가적: 우선배당을 받고 나서도, 보통주가 더 많이 받으면 그만큼 따라 받음
직접 만든 예시: 우선주 200주, 1주 가격 5,000원, 우선배당 2%(1주당 100원), 누적적 조건이라고 해 볼게요.
• 1년차: 회사가 적자라 배당 0원 → 1주당 100원을 "못 받은 몫"으로 적어 둠
• 2년차: 이익이 나서 배당 → 올해 100원 + 작년 몫 100원 = 1주당 200원, 총 40,000원
누적적이 아니었다면 2년차에 1주당 100원(총 20,000원)만 받아요.
5. 우선주 ②: 바꾸기, 가격 조정, 돌려받기
바꾸기(전환): 상장할 때 꼭 필요한 옵션
회사가 상장하면 우선주는 그대로 사고팔기 어려워서, 보통주로 바꿔야 팔 수 있어요. 그래서 VC에게 전환 옵션은 사실상 필수예요.
몇 주로 바뀌는지는 "내가 산 가격 ÷ 전환 가격" 으로 정해요. 2만 원에 산 우선주의 전환 가격이 1만 6천 원이면, 1주가 보통주 1.25주로 바뀌어요. 전환 가격이 낮을수록 받는 보통주가 많아져요.
리픽싱: 전환 가격을 다시 정하는 약속
리픽싱(Refixing)은 "나중에 이런 일이 생기면 전환 가격을 낮춰 주세요"라고 미리 정해 두는 약속이에요. 네 가지 경우로 나눠 외우면 쉬워요.
| 언제 | 왜 |
| 무상증자나 주식 쪼개기를 할 때 | 회사 가치는 그대로인데 주식 수만 늘어나니 가격을 맞춰야 함 |
| 나중 투자자가 더 싸게 들어올 때 | 먼저 비싸게 산 투자자만 손해 보지 않게 하려고 |
| 상장이나 매각 가격이 기대보다 낮을 때 | 최소한의 수익은 챙기려고 |
| 약속한 매출·이익을 못 채울 때 | 투자할 때 회사 가치를 너무 높게 잡았으니 바로잡으려고 |
두 번째 경우(나중 투자자가 더 싸게 들어올 때)는 계산 방법이 두 가지예요. 숫자로 비교해 볼게요.
• 상황: 내 전환 가격 2만 원, 기존 주식 10만 주. 나중 투자자가 1만 5천 원에 2만 주를 새로 삼.
• 풀 래칫: 나중 투자자 가격에 그대로 맞춤 → 1만 5천 원
• 가중평균: 새로 발행된 주식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만 낮춤 → 약 1만 9,167원
풀 래칫이 투자자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게 보여요. 단, 전환 가격은 법상 액면가 아래로는 내릴 수 없어서 리픽싱에도 바닥이 있어요.
돌려받기(상환): 있어도 쓰기 어려운 옵션
상환은 "투자금에 약속한 이자를 붙여 돌려받는" 권리예요. 그런데 법상 회사에 나눠 줄 수 있는 이익(배당가능이익) 이 있는 만큼만 돌려받을 수 있어요. 배당가능이익은 회사 순재산에서 법으로 묶어 둬야 하는 돈(자본금, 준비금)과 아직 현금이 되지 않은 평가이익을 뺀 금액이에요.
직접 만든 예시: 5억 원을 투자하고 "3년 뒤부터 원금 + 연 8%"로 돌려받기로 했어요. 3년 뒤 받을 금액은 5억 + (5억 × 8% × 3년) = 6.2억 원이에요. 그런데 그해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이 4억 원뿐이면 4억 원까지만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상환 옵션은 이렇게 돼요.
• 적자인 초기 스타트업은 이익이 없으니 사실상 돌려받을 수 없어요.
• 회사가 크게 성공하면 이자보다 주식 가치가 더 크니 굳이 돌려받지 않아요.
• 결국 "망하지는 않았지만 크게 크지도 못한" 회사에서 쓸모가 있어요.
회계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갚아야 할 수 있는 돈이라 빚(부채) 으로 잡힐 수 있고,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자본으로 봐요.
남은 재산 먼저 받기(잔여재산 분배)
회사가 문을 닫을 때 보통주주보다 먼저 남은 재산을 받을 권리예요. 하지만 문을 닫는 회사는 대개 빚이 더 많고, 빌려준 사람(채권자)이 먼저 가져가서 실제로 받을 몫은 거의 없어요. 미국처럼 회사가 팔릴 때도 매각대금을 먼저 받는 조항은 국내에서는 주주끼리 따로 계약해야 적용돼요.
6. 1편 한 장 요약
• 법이 인정하는 벤처투자 방법은 6가지. 채권으로 투자하면 반드시 담보 없이
• 투자계약서 = 투자자·회사·대표가 서명 + (증권 조건, 지켜보는 장치, 벌칙)
• 협의는 알려주기, 동의는 허락받기. 동의 없이 진행하면 계약 위반
• 벌칙 3가지: 주식매수청구권, 위약벌, 손해배상
• 고의·큰 잘못 없는 대표에게 연대책임 금지 (2025년 12월 법 개정)
• 출자금은 상장이 안 돼서 거의 안 씀
• 투표권 없는 주식은 전체의 1/4까지만
• 복수의결권: 비상장 벤처 창업자, 누적 100억 + 최근 50억, 한 주 최대 10표, 최대 10년(상장 시 3년)
• 전환 주식 수 = 산 가격 ÷ 전환 가격. 전환 가격은 액면가 아래로 못 내림
• 리픽싱: 풀 래칫(그대로 맞춤)이 가중평균(일부만 반영)보다 투자자에게 유리
• 상환은 회사의 배당가능이익만큼만. RCPS는 국제회계기준에서 빚으로 잡힐 수 있음
헷갈리기 쉬운 포인트
• 우선배당도 회사에 이익이 없으면 못 받아요. "우선"은 순서이지 보장이 아니에요.
• 누적적은 "못 받은 걸 적어 뒀다 받기", 참가적은 "보통주가 더 받으면 따라 받기"예요.
참고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투자 방법 6가지, 무담보 요건)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법 (우선주와 정관, 투표권 없는 주식 1/4 한도, 배당가능이익, 회사의 자기 주식 취득, 액면가 아래 발행 제한)
• 네플라 -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투자 방법별 세부 요건)
• 뉴시스 - 복수의결권 주식 시행 (2023.11.15) (복수의결권 시행일·요건·존속기간·제한 안건)
• MTN - 연대책임 제한 확대 등 벤처투자법 개정 (2025.12.23) (연대책임 제한이 적용되는 투자자 범위)
• 벤처스퀘어 - 중기부 "우회 연대책임도 금지" (2026.7) (고의·중과실 기준, 단계적 규정 도입, 우회 조항 점검)
• 벤처스퀘어 - 상환전환우선주와 배당가능이익 (변호사 칼럼) (상환은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 가능)
• 벤처스퀘어 - 투자계약 시 유의점: 상환우선주 (2021.12.8) (RCPS가 K-IFRS에서는 부채,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자본으로 분류되는 이유)
이 글은 개인 공부 기록이며, 투자 권유나 법률 자문이 아니에요.